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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에서 푸드트럭 ‘세라비’로 제 2의 인생 살고 있는 아름다운 가족

기사승인 15-11-05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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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라비를 운영하고 있는 김진영, 황미녀 부부

10월 29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전국의 푸드트럭 20대가 한 자리에 모이는 ‘2015세종푸드트럭페스티벌’은 지방자치 20년을 기념해 열리는 박람회의 부대행사다. 이날 ‘주민생활 개선’ 및 ‘특색 있는 지역발전’ 등 지방자치 20년의 총평을 진단하는 시간도 마련돼 서민생계의 자구책중 하나인 ‘푸드트럭’은 전혀 동떨어진 도입도 아니다. 

비록 세종푸드트럭페스티벌에는 선발되지 못했지만 3주에 걸쳐 문을 연 서울밤 도깨비 야시장에서 2주 연속 최우수로 선정된 푸드카가 있다. 광명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세라비’다. 서울밤 도깨비 야시장은 ‘서울’하면 떠오르는 대표 야시장을 기획해 전국 26개 선발된 푸드트럭들이 먹거리를 담당했다. 그 중에서도 세라비는 우수한 실내 디자인과 판매제품의 맛에 있어 단연 최고였다.

언뜻 들어도 ‘세라비’라는 이름은 예쁘다. 세계적으로도 아름다운 언어로 통용되는 불어라 그렇다. 그런데 단어에 담긴 뜻은 다소 비장해 한국어로 번역하면 ‘이것이 인생이다.’라고 한다. 어딘지 사연이 숨어 있을 듯한 세라비의 탄생배경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진영 씨는 유통판매사원이었다. 홈플러스나 이마트 같은 곳에 물건을 납품하는 일이 그의 주 업무였다. 유통의 구조를 알아갈 즈음, 회사를 인수하지 않겠냐는 제의가 찾아왔다. 진영 씨는 잔뜩 빚을 지고 있던 회사를 헐값에 인수했다. 다 팔아줄 것 같았던 거래처들은 막상 등을 돌렸다. 이자는 불고, 수익은 몇 달 째 제자리였다. 사업을 접지 않고서는 불어나는 채무를 감당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남은 물건은 산적해 있었다. 물품과 돗자리를 챙겨 무작정 아파트 단지를 돌았다. 경비원의 눈과 경찰차의 단속을 피해가며 쫓겨다니기 일쑤였다.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도망 다니는 신세라니. 게다가 판매 실적도 저조했다. 인근 마트에 가면 싸게 구입할 수 있는 물품을 뜨내기 장사꾼에게 살 리 만무했다. 술안주 꺼리나 분식류와 같은 먹거리라면 모를까 잡화는 현 시대와 맞지 않았다. 품목의 종류, 판매장소 등 모든 것에서 정비가 필요했다.

떠오른 곳은 물왕저수지였다. 낚시꾼들에게 커피와 라면은 파고다 공원에서 나눠주는 한 끼 식사만큼이나 반가울 터였다. 라면은 준비할 것이 많았다. 반면 커피는 바리스타 학원에 다니며 익혀온 이력도 있었다. 이번에는 돗자리가 아닌 접이식 상을 마련했다. 경찰 단속 따위는 없었지만 판매제품이 겹치는 매점의 눈치는 살피지 않을 수 없었다.

진영 씨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렇듯 분주한데,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 시간을 축내는 꼴이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낚시를 일컬어 인생을 낚는다고들 한다. 단면은커녕 순간을 쪼개기에도 빠듯한 자신의 인생이 구차해보였다. 인생에서, 내 것이라 할 만한 무언가가 간절해졌다.

연식이 오래된 ‘라보’ 트럭은 하나의 결단이었다. 가슴을 뛰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은 또 하나의 인생이지 않을까. 커피를 내리는 일은 진영 씨가 좋아하는 일이면서 밥벌이도 가능했다. 무엇보다 공간이 생겼다는 건 좀 더 당당해졌다는 증거다. 커피에서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것이 ‘이야기’다. 단순한 판매 멘트라 해도 여자가 남자보다 낫지 않을까. 거기에 예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진영 씨는 미녀가 필요했다. 결국 그의 아내 황미녀 씨도 흔쾌히 승낙했다. 둘은 0.6톤의 무게에 자신들의 미래를 걸기로 합의했다.

많이도 돌아다녔다.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지방도 행사가 벌어진다면 마다않고 달려갔다. 아라뱃길, 대전 운동장, 안산 ‘와스타디움’, 고속도로나 국도 할 것이 없이 죄다 쫓아다녔다. 에피소드도 많았다. 사전에 동의 없이 찾아간 와 스타디움은 사람들로 붐볐다. 경비의 저지로 차에 시동을 걸었지만 그대로 물러설 순 없었다. 그건 다른 푸드트럭들도 마찬가지였다. 하나 둘 자리를 잡고, 주차장 한편에 정렬 배치된 푸드트럭들은 그럴싸한 풍경을 만들어냈다. 이를 본 와스타디움 관계자도 처음과는 달리 호의적으로 변했다. 

충북 단양에서 소백산 철쭉 축제가 있던 날이었다. 진입도 못하고 쫓겨나 돌아오던 길, 마성 터널을 지나칠 때 ‘펑’하는 소리와 함께 뒷바퀴에 펑크가 난 차가 돌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중앙분리대를 받고 뒤집어졌다. 진영 씨 부부는 어느 곳 하나 다친 곳이 없었지만 ‘라보’는 회생이 불가피해 폐차되고,  ‘세라비’가 탄생했다.

1.5톤 포터는 안정감이 있었다. 실내와 외관을 야무지게 꾸민 포터는 웬만한 세단도 부럽지 않았다. 사람들이 예쁜 것들에 끌리는 이유는 비단 외모지상주의 때문만은 아니다. 외형에서 드러나지 않은 어떤 각오와 만나서이기도 하다. 유독 달라진 대우는 행사장에서 확연하게 드러났다. 사람들은 ‘기억’ 했고, 그것은 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세라비와 사회를 연결시켰다. 성남시의회에서는 탄천 종합경기장에 행사가 있을 때마다 ‘세라비’를 불렀다. 대학가의 호응도 사뭇 달라졌다. 세라비의 세련미와 맛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잇따라 생겨나기 시작했다.

일파만파로 퍼진 입소문은 매년 영화제가 열리는 부천과 부산에서도 돌았다. 모델하우스나 분양사무소에서도 설치비가 따로 들지 않는 이점을 이용해 요청 건이 늘었다. 세라비가 전국적으로 알려진 데에는 네트워크도 큰 몫을 차지했다. 전국 200여 대의 푸드트럭은 클럽을 결성해 밴드와 온라인 카페 등에서 서로의 정보를 공유했다. 1평도 되지 않는 가게들의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기도 했다.

세라비의 인기는 점차 희망으로 발전했다. 매체를 접하거나 직접 눈으로 목격한 사정 딱한 사람들이 푸드트럭을 장만하기 시작했다. 경쟁업체가 늘어나면 수입을 나누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내 배만 불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한 가지 방도가 있다면 거래하는 행사장의 수를 늘리고, 푸드트럭이 행사장의 고정적인 부스로 입지를 굳히는 것.

대형기업은 더 거대해지고, 소상공인들은 털썩털썩 주저앉는 일이 빈번해지는 소비 구조의 악순환 속에서 정부가 내놓은 방침 중 하나가 푸드트럭 활성화지만 세를 내면서 장사를 하고 있는 영업장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고,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에서만 일부 허용하는 방식으로 영업허가증을 발부하는 실정이다.

김제시도 문화체육공원을 푸드트럭 영업 가능지역으로 정하고 법적절차에 따라 1개소를 운영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한 타 지자체의 지원이 ‘세라비’는 마냥 부럽기만 하다. 광명시는 시민체육관 등에서 푸드트럭의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가 마련되지 않아 전국팔도를 유랑해야 하는 신세라 그렇다. 세라비는 얼마 전 서울시에서 개최한 ‘서울밤 도깨비 야시장’에서 전국의 26개 푸드트럭 중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누려 광명시의 위상을 간접적이나마 대변했음에도 정작 고향에서는 찬밥이다.

그나마 행사가 없는 날에는 소하동 보건소 입구에서 정차해 놓고 영업을 하고 있지만 언제 단속이 떠 영업지를 옮겨야 할지 모른다.

사람들은 영진 씨에게 묻곤 한다. 세라비가 개인사업자인지 체인점인지. 체인으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개인도 아니다. 세라비는 진영과 미녀가 함께 일하는 장소이자 소소한 이야기가 있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희망을 꿈꾸는 사람들이 그려나가는 과정이기도 해서다.

애초부터 떼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장사는 아니다. 돈이 돈을 버는 법. 서민들의 창업이라는 것은 투자한 자본금을 갚아나가는 시간이 얼마나 단축되느냐의 문제다. 이후부터는 생계를 유지해갈 뿐이다. 훗날 남게 되는 건 달려왔다는 뿌듯함과 희망이 담긴 순간순간의 소중한 기억들.

사람이기 때문에, 그래서 행복하다 말할 수 있는 내일을 향해 오늘도 세라비는 달린다.

▷ 서울밤 도깨비 야시장에서 '세라비'를 이용하고 있는 시민들

 

 

광명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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